LIFE-ARCADE

편리한 일상의 통로

생활의 불편에서 제도의 속살을 읽어 드립니다. 턱이 없는 매끈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갑니다.

We read the inner workings of institutions through everyday inconveniences.
Together, we work toward a smooth, barrier-free society.


출근길 인도 한가운데 전동 퀵보드가 쓰러져 있다. 불편은 분명한데, 책임을 물으려 하면 늘 흐릿해진다. 이용자도, 업체도, 제도도 한 발씩 물러선 자리에서 생활의 안전은 어떻게 사라지고 있는가.


민원 사례들

아침 출근길, 인도 한가운데 전동 퀵보드가 쓰러져 있다. 유모차를 밀던 사람은 차도로 내려가야 했고, 시각장애인 안내블록 위에 세워진 기기는 지팡이를 든 노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골목 모퉁이에는 여러 대가 한꺼번에 겹쳐 서 있고, 밤이 되면 어둠 속에서 검은 장애물처럼 튀어나온다. 민원을 넣어도 돌아오는 답변은 늘 비슷하다. “현장 계도 조치 완료”, “이용자 주의 요청”. 하지만 다음 날, 같은 자리에 또 다른 퀵보드가 누워 있다. 불편은 반복되고, 책임은 늘 남의 일이 된다.

발생 원인

전동 퀵보드 문제는 흔히 ‘이용자 의식 부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이 불편은 개인의 태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전동 퀵보드는 소유되지 않는 이동수단이다. 이용자는 잠시 빌려 쓰고 떠나며, 그 이후의 공간 점유에 대해 책임을 느낄 구조가 없다. 관리업체는 기기를 최대한 많이, 최대한 눈에 띄게 배치할수록 수익이 늘어난다. 질서 있는 주차는 비용이고, 무질서는 확산 전략이다. 그 사이의 공간, 즉 인도와 골목, 보행자의 안전은 누구의 적극적 관리 대상도 아니다. 불편은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설계된 결과다.

관련 제도 분석

전동 퀵보드는 「도로교통법」에서 **‘개인형 이동장치(PM)’**로 규정된다¹. 법은 PM의 정의와 운행 규칙을 비교적 상세히 정하고 있다. 전동 퀵보드를 운행하려면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 면허가 필요하고², 보행자 보호가 원칙이며³, 보도 주행은 금지되고 자전거도로 또는 차도 우측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한다⁴. 안전모 착용 의무와 음주운전 금지도 명시되어 있다⁵.

문제는 이 법이 ‘운전자’의 의무는 규정하면서, ‘공유업체’의 책임은 거의 규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면허를 실제로 검증해야 할 의무, 이용 종료 후 주차 상태를 관리해야 할 의무, 보행 공간 점유로 인한 위험에 대한 책임 주체는 법문상 명확하지 않다. 공유업체는 플랫폼 사업자, 즉 중개자의 지위에 머물며 이용자의 행위에 대한 직접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그 결과 국가는 이동 혁신을 장려하면서도, 그로 인해 발생하는 생활 불편과 위험의 관리 비용을 지자체와 시민에게 분산 전가한다. 지자체는 조례나 행정지침으로 견인과 계도를 시도하지만, 법률 차원의 명확한 근거가 부족해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짧은 해설

전동 퀵보드 문제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배치 방식이다. 누가 이 공간을 점유할 권리를 가지는가, 그리고 그 점유로 발생하는 위험과 불편을 누가 부담하는가의 문제다. 이용자는 일시적 사용자로서 책임에서 멀어지고, 업체는 플랫폼이라는 이유로 한 발 물러서며, 국가는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관리 책임을 흐린다. 그 결과 남는 것은 보행자의 위험과 불편이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공공간을 시장에 얼마나 맡길 것인가에 대한 정치경제적 선택의 결과다.

질문

이동의 편리함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왜 보행자의 안전과 존엄을 담보로 성장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있는 걸까?

#LIFEARCADE #전동퀵보드 #생활민원 #보행권 #플랫폼책임 #공공공간 #도로교통법 #일상의정치 #생활의제도


각주 | 관련 법 조문

  • 도로교통법 제2조 제19호의2
    “개인형 이동장치란 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1인용 이동수단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것을 말한다.”
  • 도로교통법 제43조(운전면허)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려는 사람은 해당 면허를 받아야 한다.
  • 도로교통법 제13조의2(보행자의 보호)
    모든 차의 운전자는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거나 위험을 주지 않도록 운전하여야 한다.
  • 도로교통법 제13조, 제15조(차마의 통행)
    차마는 보도를 통행하여서는 아니 되며, 자전거도로 또는 차도의 우측 부분으로 통행하여야 한다.
  • 도로교통법 제50조의2(안전모 착용 등)
    개인형 이동장치를 운전하는 사람은 안전모를 착용하여야 하며, 음주 상태에서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

전동 퀵보드 관련 주요 벌칙 규정 정리

1️⃣ 무면허 운전

  • 위반 내용: 원동기장치자전거 이상 면허 없이 전동 퀵보드 운전
  • 근거 조문: 도로교통법 제43조, 제152조
  • 벌칙:
    • 범칙금 10만 원
  • 현실의 문제:
    • 공유업체가 면허 실검증 의무가 없어, 무면허 이용이 구조적으로 발생
    • 처벌은 전적으로 개인에게 귀속

2️⃣ 보도(인도) 주행

  • 위반 내용: 인도에서 전동 퀵보드 주행
  • 근거 조문: 도로교통법 제13조, 제156조
  • 벌칙:
    • 범칙금 3만 원
  • 생활민원과의 연결:
    • 보행자와의 충돌 위험
    • 하지만 단속은 거의 이뤄지지 않음

3️⃣ 안전모 미착용

  • 위반 내용: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고 운행
  • 근거 조문: 도로교통법 제50조의2, 제156조
  • 벌칙:
    • 범칙금 2만 원
  • 구조적 문제:
    • 공유 전동 퀵보드는 헬멧 제공 의무가 없음
    • 착용 책임만 개인에게 전가

4️⃣ 2인 이상 동승

  • 위반 내용: 전동 퀵보드에 2명 이상 탑승
  • 근거 조문: 도로교통법 제50조, 제156조
  • 벌칙:
    • 범칙금 4만 원

5️⃣ 음주 운전

  • 위반 내용: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동 퀵보드 운전
  • 근거 조문: 도로교통법 제44조, 제148조의2
  • 벌칙:
    •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시
    • 면허정지·취소 + 벌금 최대 1천만 원 또는 징역형 가능
  • 특이점:
    • PM도 자동차와 동일한 음주운전 처벌 체계 적용

6️⃣ 방치·주차로 인한 보행 방해

  • 위반 내용: 인도·보행로에 전동 퀵보드를 방치해 통행 방해
  • 근거 조문:
    • 도로교통법 제32조·제33조(정차·주차 금지)
    • 지방자치단체 조례
  • 벌칙:
    • 과태료 3만~10만 원(지자체별 상이)
    • 견인 조치 가능
  • ⚠️ 핵심 문제:
    • 실무상 과태료 대상이 ‘누군지 특정 불가’
    • 결국 업체 견인 비용 부담 → 요금 인상 또는 방치 반복

핵심 정리 한 표

위반 행위벌칙 대상벌칙 수준
무면허 운전이용자범칙금 10만 원
인도 주행이용자범칙금 3만 원
안전모 미착용이용자범칙금 2만 원
2인 동승이용자범칙금 4만 원
음주 운전이용자면허취소·형사처벌
무단 방치불명확지자체 과태료·견인

구조적 시사점 (LIFEARCADE 관점)

  • 처벌은 개인에게 집중,
  • 관리 책임은 행정,
  • 플랫폼 사업자는 법적 사각지대에 있다.

즉, 전동 퀵보드 문제는

“규칙이 없는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묻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된 규칙의 문제
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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