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ARCADE

편리한 일상의 통로

생활의 불편에서 제도의 속살을 읽어 드립니다. 턱이 없는 매끈한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갑니다.

We read the inner workings of institutions through everyday inconveniences.
Together, we work toward a smooth, barrier-free society.


우리나라 산림에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에 많이 말라 죽고 있다. 방제를 위해 화학약품 처리, 파쇄, 매립, 천적 이용 등 다양한 방법들이 적용되어 왔지만, 더욱 확산되고 있어 걱정이다. 최근에 곰팡이 균을 사용한 방제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들었고, 산림청이 이 기술 적용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지 않는다는 고발성 기사도 본 적이 있다. 시민들이 혁신적인 기술이 왜 적용되고 있지 않은지 매우 궁금해 할 것 같다. 


소나무재선충병이란

소나무재선충병은 ‘소나무에 생기는 병’이라기보다, **소나무재선충(선충)–매개충(하늘소)–소나무(숙주)**가 얽힌 전염 시스템에 가깝다. 병의 직접 원인은 소나무재선충(학명 Bursaphelenchus xylophilus)이며,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류(솔수염하늘소속 Monochamus) 같은 매개충이 선충을 실어 나른다. 선충은 나무의 수분 이동 체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어, 감염이 진행되면 잎이 급격히 변색·고사하고 결국 나무가 말라 죽는다.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의 확산 기작

확산의 핵심은 “선충이 스스로 멀리 이동하기 어렵다”는 점에 있다. 선충은 매개충의 몸에 붙어 이동하고, 매개충 성충이 가지를 갉아먹는 과정(가해·보식)에서 상처를 통해 선충이 나무로 들어간다. 여기에 사람의 활동이 겹치면 전파 속도는 더 빨라진다. 감염목 또는 감염 의심목이 원목·땔감·폐목재 형태로 이동하면, 아직 눈에 띄는 증상이 없더라도 다른 지역으로 ‘전염 시스템’이 통째로 옮겨갈 수 있다. 그래서 방제는 “아픈 나무를 치료”하기보다 “선충과 매개충의 연결고리를 끊고, 감염목의 2차 전파를 차단”하는 쪽으로 설계될 수밖에 없다. (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의 위험성

이 병이 무서운 이유는 단지 소나무가 죽어서가 아니다. 소나무·곰솔·잣나무 등 소나무류는 산림 경관과 생태적 구조(빛·수분·토양미생물·곤충·조류의 연결)에 큰 비중을 갖고 있고, 문화적 상징성도 크다. 게다가 재선충병은 “발생–확산–대응”이 반복되는 동안 방제비용과 사회적 갈등(모두베기 논란, 약제 안전성 논란, 사유림 보상 문제)을 누적시킨다. 최근에는 확산의 북상과 장기화가 함께 언급되며, 단기간에 ‘종식’시키기 어려운 재난형 산림병해로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의 어려움

첫째, 조기진단이 본질적으로 어렵다. 선충이 들어간 직후에는 외형 증상이 미약하거나 다른 스트레스(가뭄, 토양장해, 염해, 다른 병해충)와 구별이 쉽지 않다. 둘째, 매개충의 생태가 ‘시간표’를 강제한다. 우화·비행·보식 시기 전에 감염목을 처리하지 못하면 다음 확산 고리가 열려버린다. 셋째, 산림은 농경지처럼 통제된 공간이 아니라서, 지형·소유·접근성·작업 안전이 모두 방제 효율을 깎아먹는다. 넷째, 방제는 대개 벌채·처리(파쇄·소각·매립·훈증 등)를 동반하는데, 이 과정이 시민 눈에는 “숲을 지키려다 숲을 더 훼손하는 것 아닌가”라는 윤리적 의심을 불러오며 사회적 신뢰 비용을 만든다. (남부지방산림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기술들

훈증 처리

약제 방제는 크게 두 갈래로 이해하면 쉽다. 하나는 **예방(나무주사)**이고, 다른 하나는 **매개충 방제(살포·유인·처리)**다. 예방나무주사는 일정 기간 나무체내에 약효가 유지되도록 주입해 선충을 억제하는 방식인데, 산림청은 약제별 사용 기준과 약효 지속기간을 고시하고 있다. 다만 약제는 법·제도상 등록 농약이어야 하고, 약효 지속기간도 지정 시험연구기관의 검사 결과를 근거로 요구된다. (산림청)

훈증처리 약제들

1) 메탐소듐 42% 액제 
네마섹트 / 아그리젠토(주) (품목: 메탐소듐 액제, **유효성분 함유량 42%**로 표시) (PSIS)

2) 메탐소듐 25% 액제 PSIS 원문 화면(위 ‘네마섹트’처럼)에서는 함유량(%)이 함께 표기되지만, ‘농약등록 현황정보’ 리스트 화면은 품목명(메탐소듐 액제)·상표명·회사명 중심으로 노출되는 경우가 있어, 아래는 PSIS 출처 리스트에서 ‘소나무류/잣나무’에 등록된 메탐소듐 액제 제품을 제품 단위로 묶어 적었습니다.
킬벤 / 케이씨생명과학(주) (품목: 메탐소듐 액제, 작물: 잣나무로 등록 내역 표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메탐사이 / (주)유원에코사이언스 (품목: 메탐소듐 액제, 작물: 소나무류로 등록 내역 표기) (국립원예특작과학원)

3) 디메틸디설파이드 99.55% 직접살포액제 
팔라딘 / (주)경농 품목: 디메틸디설파이드 직접살포액제등록 작물에 소나무류·잣나무가 포함되어 리스트에 표시 (국립원예특작과학원)

파쇄

감염목 또는 감염 의심목을 잘게 부수어 매개충이 나무 내부에서 자라 성충으로 나오는 경로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파쇄는 운반 과정의 2차 확산 위험을 낮출 수 있지만, 현장 여건(장비 반입, 소음·비산, 토양 교란)과 비용이 제약이 된다. (한국기술교육대학)

소각

감염목을 태워 선충·유충을 물리적으로 제거한다. 효과는 직관적이지만, 대기오염·산불 위험·민원 등으로 상시 적용이 어렵고, 지역에 따라 안전 규정이 더 엄격하게 작동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

매립

감염목을 땅에 묻어 매개충 우화를 차단하는 방식이다. 적용은 가능하나, 매립지 확보·침출수·토양환경 문제, 그리고 ‘눈에 안 보이게 처리한다’는 시민 불신을 부를 수 있어 신중한 설계가 필요하다. (한국기술교육대학)

예방약 주사

예방나무주사는 “감염목을 없애는 방제”와 달리 “살아 있는 나무를 지키는 예방”에 가깝다. 문제는 이 방법이 방제 ‘효과’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약제의 안전성, 약효 지속기간, 작업자 숙련도(천공 깊이·주입량), 비용 대비 보호 가치(대상목 선정)가 동시에 맞아떨어져야 한다. 최근에는 “매년 주사”가 과도하다는 문제제기도 나오며, 약효 지속기간을 전제로 한 기준 재설계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newsfm.kr)

천적이용

‘천적’은 두 층위가 있다. 하나는 매개충(하늘소)을 줄이는 천적·기생봉·병원성 미생물의 활용이고, 다른 하나는 선충 자체를 공격하는 길항 미생물(선충포식성 곰팡이 등)이다. 다만 자연계 천적을 “방제 기술”로 쓰려면 대량생산·살포·정착, 비표적 영향 평가, 장기 효과 검증 같은 관문이 필요해, 대개는 연구–시범–부분 적용의 경로를 밟는다. (MDPI)

곰팡이균 접종

시민들이 말하는 “곰팡이균 방제”는 보통 선충포식성(또는 선충에 기생하는) 곰팡이를 나무에 처리해 선충을 억제하는 발상이다. 대표적으로 국제 연구에서는 Esteya vermicola 같은 곰팡이가 선충을 감염·제어할 잠재력을 보여 왔고, 묘목·유묘 수준에서는 처리 조건에 따라 병 발생을 낮추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연구자들 스스로도 “현장(성목·산림) 규모에서의 효율은 아직 더 검증이 필요하다”는 점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PMC)

곰팡이균 접종의 방제효과에 대한 검증결과

한국에서 논란이 된 사례 중 하나는 ‘G810’로 불린 천적곰팡이(천적백신) 계열이다. 산림청은 2021년 보도설명자료에서 **G810을 이용한 방제는 “시험연구 중”**이며, 국립산림과학원과 대학이 참여한 720본 규모의 처리·무처리 비교 시험을 통해 예방 나무주사 효과를 검증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효과가 입증될 경우 사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함께 제시했다. (남부지방산림청)

한편 일부 보도에서는 국립공원 연구 결과 등을 근거로 “효과가 확인됐는데도 널리 쓰이지 않는다”는 문제제기가 이어졌고, 그 과정에서 ‘의도적 미도입’ 의혹까지 제기되었다. 다만 여기서 시민이 꼭 짚어야 할 대목은, (1) 어떤 지표를 ‘효과’로 봤는지(고사율? 선충 밀도? 재감염률?), (2) 시험 설계가 정책 적용 수준의 재현성과 규모를 갖췄는지, (3) 등록·안전·비표적 영향 평가 같은 제도 관문을 통과했는지가 분리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전국 방제 표준으로 채택된다”는 결정 사이에는, 과학적·행정적 문턱이 여러 겹 놓인다. (오마이뉴스)

곰팡이균(G810) 접종의 방제효과에 대한 검증결과

곰팡이균을 이용한 방제기술이 “이미 효과가 입증됐는데도 산림청이 의도적으로 쓰지 않는다”는 식의 이야기가 돌 때, 시민이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감정이 아니라 자료이다. 산림청은 한때 ‘천적곰팡이(미생물) 백신’으로 불린 G810의 예방효과를 시험연구 중이며, 효과가 입증되면 적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즉, 산림청이 이 기술을 원천적으로 배제했다기보다 “시험과 검증의 문턱”에 올려두었다고 말하는 편이 사실에 가깝다.

그럼 시험은 무엇을 보여주었을까.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이 포함된 공개 학술연구에서는, G810을 나무주사 방식으로 처리한 뒤 소나무재선충을 인공 접종해 침엽 변색, 선충 검출, 선충 증식, 송진 분비 같은 지표로 효과를 비교했다. 이 연구는 소나무와 곰솔 자연림 시험지를 두고, 기존에 널리 쓰여 온 약제(아바멕틴)와 함께 비교해 ‘정말 예방효과가 있는지’를 따져보는 구성으로 진행되었다.

결과는 기대와 달리 냉정했다. 연구에서 제시된 여러 지표에서 G810 처리군은 ‘선충만 접종한 군’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지 못했다. 예컨대 곰솔에서는 선충만 접종한 경우와 G810을 처리한 뒤 선충을 접종한 경우 모두 시간이 지나며 침엽 변색이 크게 진행되는 경향이 나타났고, 소나무·곰솔 모두에서 선충 검출 주율(감염 판정 비율) 역시 G810 처리군이 선충 접종군 대비 크게 낮아졌다고 보기 어려웠다. 반면 같은 실험에서 비교 약제로 사용된 아바멕틴 처리군은 선충 검출 주율과 수체 내 선충 증식수 등을 매우 낮게 만드는 방향으로 결과가 제시되어, ‘기존 약제의 예방효과’는 비교적 선명하게 드러났다.

이 대목은 논쟁의 방향을 바꾼다. “효과가 있는데도 안 쓴다”는 고발이 성립하려면, 먼저 “효과가 정책 적용 수준으로 확인되었다”는 근거가 단단해야 한다. 그런데 공개된 실증 연구만 놓고 보면, 적어도 해당 조건과 설계에서는 G810의 예방효과가 ‘기존 방제 표준을 대체할 만큼’ 명확하게 입증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지금 시민이 요구해야 할 것은 음모론적 단정이 아니라, 시험 결과의 투명한 공개와 재현 가능한 추가 검증, 그리고 효과가 특정 조건에서만 나타난다면 그 조건을 분명히 밝혀 방제전략에 ‘부분적으로라도’ 어떻게 통합할지에 대한 로드맵이다.

곰팡이균 접종법 사용을 제약하는 제도

첫째, 등록 체계의 제약이다. 재선충병 예방약제(나무주사)는 법령상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특히 소나무류에 주사하는 예방약제는 농약관리법에 따라 등록된 농약이어야 하고, 지정 시험연구기관의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약효 지속기간(2년 이상) 같은 요건이 요구된다. 즉 “미생물이라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현장 투입이 되지 않는다. (법제처)

둘째, 표준지침·조달·사업 구조의 제약이다. 재선충병 방제는 지침에 따라 약제 심의–소요량 확정–조달 계약–현장 집행의 체계로 굴러가는데, 이 체계는 기본적으로 “등록 약제”를 전제로 설계되어 있다. 새로운 생물학적 방제가 들어오려면, 연구결과가 ‘좋다’ 수준을 넘어 지침 반영과 공공조달·집행 프로토콜로 번역되어야 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

셋째, 환경방출 기술로서의 리스크 관리다. 곰팡이균은 살아 있는 생물이고, 산림은 개방 생태계다. 비표적 생물에 대한 영향, 토착 미생물 군집 변화, 장기 정착성 같은 질문은 “안전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공적 사업으로 쓰기 위한 최소한의 검증이다. 이 과정이 느리면 시민은 답답하고, 기관은 보수적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같은 질문(“누가 책임질 것인가?”)을 다른 언어로 반복하는 장면일 수 있다. (MDPI)

짧은 해설

곰팡이균 접종법이 효과적이라면 당연히 쓰는 게 맞다. 다만 현실에서 “안 쓰는 이유”는 대개 한 가지가 아니라 겹친다. 과학의 언어로는 ‘현장 규모의 재현성’과 ‘지표 합의’가 더 필요할 수 있고, 제도의 언어로는 ‘등록–지침–조달–책임’의 문턱을 넘어야 하며, 행정의 언어로는 기존 방제 수단(감염목 제거·예방주사·매개충 관리)과 결합된 ‘통합전략’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그래서 시민에게 중요한 질문은 음모냐 아니냐를 먼저 판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기술이 지금 제도 문턱 어디쯤에 걸려 있는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산림청이 시험연구를 공식화했고(720본 시험), 법령은 주사 약제의 등록·약효 검증 요건을 명확히 두고 있다면, 다음 단계는 비교적 구체적이다. (1) 시험결과 원자료·평가보고서의 공개 수준은 충분한가, (2)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있었고(수종·지역·시기), 어떤 조건에서 실패했는가, (3) 등록과 지침 반영을 위한 로드맵이 있는가를 요구하면 된다. (남부지방산림청)

세상을 바꾸는 질문 

곰팡이균 접종법이 “효과가 있다”는 주장과 “공공 방제 표준으로 채택된다”는 결정 사이에는 검증(재현성·지표 합의)–등록(안전·비표적 영향)–지침 반영–조달·집행–책임소재라는 제도 문턱이 있다면, 지금 우리 사회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그 기술은 지금 그 단계들 중 어디에 걸려 있고, 누가 어떤 근거(시험 설계·결과·위험평가·비용 대비 효과)를 공개하며, 어떤 일정과 책임 하에  ‘다음 단계’로 넘기려 하는가?”

관련 기사

전염병 핑계로 벌어진 끔찍한 일… 산림청은 왜?

[최병성 리포트] 개발하고도 못 쓰는 재선충 백신… 소나무 싹쓸이 벌목의 진실

우리가 알던 남이섬이 아니다…무슨 일 있었던 걸까 

[최병성 리포트]소나무재선충 방제, 산림청 권장 농약 대신 천적 곰팡이 이용 효과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98119?sid=102

#해시태그
#소나무재선충병 #재선충병 #소나무 #잣나무 #산림병해충 #산림재난 #산림보호 #방제 #방제기술 #감염목제거 #훈증 #메탐소듐 #디메틸디설파이드 #나무주사 #아바멕틴 #천적이용 #생물학적방제 #곰팡이균 #G810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청 #농약등록 #농약안전정보시스템 #생태계 #비표적영향 #정책감시 #공공조달 #과학적검증 #자료공개 #시민의질문 #LIFEARCADE

Posted in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