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천변에 가시박이 너무 많이 번져서 심각한 생태계 교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다. 퇴치 방법을 개발하고, 인력을 투입하여 제거하고는 있지만,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최근에 본 유튜브에서 고압의 물을 분사하여 제거하는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었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것인지 잘 모르겠다. 한 번도 고압의 물분사로 가시박을 제거하는 현장을 본 적이 없다. 기존 인력 퇴치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하던데… 새로운 가시박 제거 기술의 현장 적용이 왜 늦어지는지 궁금하다.

가시박이란
가시박(학명 Sicyos angulatus)은 북아메리카 원산의 1년생 덩굴식물로, 하천변 범람원이나 교란된 땅에서 특히 잘 번진다. 덩굴손으로 주변 식물과 구조물에 달라붙어 빠르게 위로 타고 오르며 군락을 키우는데, 조건이 맞으면 한 해에 수 m 이상 자라며 다른 식물을 덮어버린다. (농촌진흥청)
가시박의 생태계 교란 위험성
가시박의 “교란”은 단순히 외래종이 늘어난다는 수준을 넘어, 빛을 가려 토종 식물을 말라 죽게 만들고 서식처 구조를 바꿔버리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농촌진흥청은 가시박이 다른 물체를 감아 기어오르는 특성 때문에 주변 식물이 햇볕을 못 받아 말라 죽을 수 있고, 열매의 가시가 사람·가축에 피부염을 유발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한 개체가 많은 종자를 생산해 확산력이 크다는 점이 문제를 장기화시킨다. (농촌진흥청)
가시박 제거의 어려움
현장에서 “제거했는데도 내년에 또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씨앗 중심으로 번식하는 1년생 덩굴의 전형적인 함정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덩굴만 걷어내면 당장 깔끔해 보이지만, 종자가 이미 익었거나 토양에 남아 있으면 다음 해에 다시 발아한다. 그래서 방제는 한 번의 ‘행사’가 아니라, 발아 초기부터 종자 형성 전까지의 시간표를 따라가며 여러 차례 반복되는 ‘관리’가 된다. 농촌진흥청이 “5월 초순 어릴 때 제거”, “꽃 피기 전/종자 익기 전 밑둥 절단”, “6월 말까지 계속 생기므로 관찰과 반복 제거”를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농촌진흥청)
가시박 제거 기술들
가장 기본은 인력 중심의 물리적 제거다. 발아 초기(대개 5월 전후)에 어린 개체를 걷어내면 비용 대비 효과가 크고, 늦어졌다면 꽃 피기 전·종자 익기 전을 ‘마지노선’으로 잡아 밑둥을 끊어 종자 생산을 막는 방식이 된다. 다만 하천변은 작업 접근성이 낮고, 덩굴이 다른 식생을 감아 올린 상태에서는 “가시박만” 골라 제거하기가 어렵다. (농촌진흥청)
여기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고압 물분사(고압 살수/고압 분사) 기반의 물리적 방제다. 핵심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가시박 줄기가 비교적 “연한” 특성을 갖는 점을 이용해, 고압수로 줄기를 절단해 덩굴을 한 번에 무너뜨리는 것이다. 관련 연구(Weed & Turfgrass Science, 2023)에서는 고압 분사 시스템(HPIS)으로 8~9월에 줄기를 절단했을 때 제거·방제 효과가 90% 이상이었고, 가시박이 걷히자 다른 식물의 피복이 40% 이상 늘었다고 보고한다. 또한 인력 방제 대비 비용을 81.5%까지 낮출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 다만 차량 접근이 쉬운 구간에서 주로 가능하고, 호수·댐 주변처럼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은 보트 부착형 등 이동식 개발 필요성도 함께 제기된다. (Agris)
이 기술이 “유튜브엔 나오는데 현장에선 못 본” 이유도 대체로 여기서 갈린다. 장비·운영 표준(압력, 분사 간격, 작업 속도, 안전수칙), 물 공급(탱크·펌프·차량), 그리고 무엇보다 **‘언제’ 적용하느냐(종자 형성 전후)**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실제로 언론 보도에서는 고압 호스로 가시박을 제거하는 시범 적용이 소개되며 비용 절감 기대가 언급되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시연이 매끄럽지 못했다는 보도도 나온다. 즉 “기술이 존재한다”와 “현장 운영 체계로 정착했다” 사이에 아직 간극이 남아 있는 셈이다. (유튜브)
관련 제도 분석
가시박은 국내에서 생태계교란 생물로 관리되는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 국가 외래생물 정보시스템에서도 가시박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분류해 정보 연계를 제공한다. (한국 외래생물 정보시스템) 또한 환경부 자료에서는 생태계교란 생물을 “생태계의 균형을 교란하거나 교란할 우려가 커서 개체수 조절·제거·관리가 필요한 생물”로 정의한다. (정부24)
제도적으로는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체계에서 생태계교란 생물의 수입·반입·사육·재배·방사·이식·유통 등이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학술연구 등 예외적 경우에만 허가를 받도록 규정돼 있다. (국립생물자원관) 이런 금지 규정은 “확산을 막는 방어선”이지만, 이미 하천변에 번진 가시박을 줄이는 데는 별도의 예산·인력·장비 조달 체계가 따라붙어야 한다. 실제로 유역(지방)환경청 차원에서 가시박 등 생태계교란 식물 제거를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도 주기적으로 나온다. (정부24)
| [박스자료] 가시박(생태계교란식물) 관리·제거의 법적 근거(핵심 조문 요약) 1) 지정의 근거: “가시박은 생태계교란 생물이다” (정의) 「생물다양성 보전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정의): 위해성평가 결과 위해가 큰 것으로 판단되어 주무부처 장관이 지정·고시한 생물을 ‘생태계교란 생물’로 봄. (이지법령) (지정 절차 근거) 같은 법 제21조의2: 위해성평가 결과에 따라 생태계교란 생물로 지정·고시하는 근거 조항. (이지법령) (지정 고시에서 ‘가시박’ 명시) 「생태계교란 생물 지정 고시」 별표: 가시박(Sicyos angulatus) 포함. (국민참여입법센터) 2) 관리의 기본 틀: “들여오고, 기르고, 옮기고, 풀어놓는 행위를 강하게 제한” (수입·반입·사육·재배·양도·양수·보관·운반·유통 금지 원칙) 같은 법 제24조(생태계교란 생물의 관리): 원칙적으로 금지(다만 예외적 허가 가능). (국민참여입법센터) (예외적 허가의 범주) 제24조: 학술연구, 그 밖에 **교육용·전시용·식용 등(하위법령에서 정하는 경우)**은 허가로 예외 가능. (국민참여입법센터) (허가 요건의 방향) 제24조: ‘살아 있는 생물’이 자연환경에 노출될 우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허가 가능(요건을 좁게 둠). (국민참여입법센터) 3) 확산을 막는 핵심 금지: “생태계로 ‘방출등’ 금지” (방출등 금지 원칙) 같은 법 제24조의3: 생태계로 방출·방생·유기·이식(방출등) 금지(원칙), 예외적으로 허가 가능. (이지법령) (허가 시 조건 부가 가능) 제24조의3: 허가를 하더라도 감시·회수 등 사후관리 방안 등 조건을 붙일 수 있음. (이지법령) 4) “이미 기르고 있던 경우”에 대한 유예·준수사항 (지정 당시 사육·재배 중이었다면 ‘유예’ 가능) 같은 법 제24조의4: 지정·고시 당시 사육/재배 중인 자는 고시가 정한 기간 동안(그 개체에 한정) 사육·재배 가능. (이지법령) (유예기간 초과 시 허가 신청 등) 제24조의4 및 관련 하위규정 체계: 일정 기간을 넘겨 계속 사육·재배하려면 유예 허가 신청 및 처분계획/이행계획 등 요구. (이지법령) 5) “제거(포획·채취) 명령”과 강제 집행의 법적 고리 (허가 취소 사유) 같은 법 제25조(허가 취소 등): 거짓·부정 허가, 자연환경에 풀어놓거나 식재, 자연환경 노출 등 사유 시 허가 취소(일부는 취소 의무). (국민참여입법센터) (이미 자연환경에 노출된 경우 ‘포획·채취 명령’ 등) 제25조: 허가가 취소된 대상이 자연환경에 노출된 경우, 주무부처가 포획·채취 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음. (국민참여입법센터) (불이행 시 행정대집행 가능) 제25조: 명령 불이행이면 행정대집행법에 따른 대집행 가능. (국민참여입법센터) 6) 위반 시 제재(벌칙·몰수·양벌) — “확산 행위는 형사처벌까지” (벌칙) 같은 법 제35조: 수입등 금지·방출등 금지·사육·재배 준수사항 위반 등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조항별로 구성). (이지법령) (몰수) 같은 법 제36조: 위반하여 수입등 된 생태계교란 생물은 몰수될 수 있음. (이지법령) (양벌규정) 같은 법 제37조: 법인·개인의 업무로 위반 시 행위자 + 법인/개인도 벌금형(상당한 주의·감독을 다한 경우 예외). (이지법령) |
짧은 해설
고압 물 분사(고압살수) 방식이 “혁신”으로 보이는데도 현장 적용이 늦어지는 건, 기술의 성능보다 현장 운영 조건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연구 논문은 가시박 줄기의 ‘연한’ 성질을 이용해 고압수로 줄기를 절단하는 HPIS(고압 분사 시스템)를 제시하면서 8~9월 처리에서 90% 이상 제거·방제 효과, 인력 대비 비용 81.5% 절감 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다만 같은 논문이 곧바로 단서를 붙인다. 차량 접근이 쉬운 곳에서만 가능했고, 사람 접근이 어려운 수변·호수 구간은 보트 부착형 같은 이동식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즉, 하천변의 ‘문제 구간’은 대개 접근이 어려운 곳인데, 기술은 아직 접근이 쉬운 곳에서 먼저 힘을 발휘하는 구조다. (Agris)
또 하나의 큰 장벽은 **‘시기(타이밍)’**다. 고압살수는 “세게 쏘면 된다”가 아니라 “언제, 어떤 생육 단계에, 어떤 압력·간격으로”가 핵심이다. 방송 보도에서도 150bar 압력, 작업 속도·비용 개선을 이야기하면서도 ‘씨앗을 맺기 전’이 관건이라고 짚는다. 이 타이밍을 놓치면, 현장에선 장비가 아무리 좋아도 “내년 또 나온다”는 체감이 생기고, 그러면 담당부서 입장에선 새 장비 도입의 설득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티제이비)
마지막은 공공사업으로 굴러가는 현실의 마찰이다. 고압살수는 장비·물탱크·차량·작업자 안전교육·정비까지 ‘시스템’으로 사야 한다. 충남도처럼 지자체 관계자들을 모아 시연회를 열고(또는 언론 보도로 주목을 받더라도) 실제로는 각 시·군이 예산을 세우고, 발주 규격을 만들고, 책임 소재(작업 중 사고·비산·주변 식생 훼손 논란)를 정리하고, 무엇보다 2년 이상 연속 관리를 계약 구조에 반영해야 비로소 성과가 난다. 이런 조건이 갖춰지지 않으면 시연은 이벤트로 끝나고, 현장은 다시 “인력 투입 + 일부 구간만 장비”로 회귀한다. 그래서 현장 적용이 늦어지는 이유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술을 기술답게 쓰게 해주는 표준작업·예산·책임·반복관리의 네 가지가 동시에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CCN News)
세상을 바꾸는 질문
우리는 ‘고압 물 분사’ 같은 혁신 기술을 발명해 놓고도 현장에선 여전히 손으로 덩굴을 뜯어내는 일을 반복한다면,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표준작업·예산·책임·반복관리를 설계하는 우리의 행정과 의사결정에 있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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